김 소 월


저 행길을 사람 하나 차츰 걸어온다, 너풋너풋

흰 적삼 흰 바지다, 빨간 줄 센 하올 목에 걸고

오는 것만 보고라도 누군고 누군고 관심하던

그 행여나 이제는 없다, 아아 내가 왜 이렇게 되었노!


오는 공일날 테니스 시아이, 반공일날 밤은 웅변회

더워서 땀이 쫄쫄 난다고 여름날 수영 춥디추운 겨울 등산,

그 무서운 이야기만 골라가며 듣고난 뒤야 집으로 돌아오는 시담회의 밤!

호기도 용기도 인제는 없다. 아아 내가 왜 이렇게 되었노!


동양 도―교―의 긴자는 밤의 귀속 잘하는 네온사인 눈띄 좇아가고 싶어,

아무렇게라도 해서 발 편하고 볼씨 있는 여름 신 한 켤레 사야만 된다

벌어서 땀 흘리고 남은 돈, 그만이나, 친구 위해 아끼우고 말던

웃기기도 선뜻도 인제는 없다, 아아 내가 왜 이렇게 되었노!


컵에는 부랏슈와 라이옹, 대야에 사봉 담아들고

뒤뜰에 나서면, 저 봐! 우물지붕에 새벽달. 몸 깨끗이 깨끗이 씻고,

단정히 꿇어앉아 눈 감고 빌고 빌던 해 뜨도록

비난수를 내 마음에다 도로 줍소사! 아아 내가 왜 이렇게 되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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