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 프로기전 60년 사상 최초로 장생이 출현했다는 소식에

오래간만에 바둑 포스팅을 합니다.


자, 설명에 앞서서 우선 장생(長生)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jangsaeng_q.png 

좌하귀에서 흑이 백에게 포위되어 있습니다.

이럴 때 흑은 어떻게 두어야 할까요?


jangsaeng_f.png

이렇게 흑 1로 옆의 백△를 따내면 백 2로 흑이 오궁도화가 됩니다.

흑 3으로 백을 따내도 다음에 백 4를 백 □ 자리에 두면 두 집이 날 수 없습니다.


jangsaeng_t.png

앞의 백 2 자리를 흑이 먼저 두고 먹여치기하면 당연히 백 2로 흑을 잡으려 할 것입니다.

흑을 딴 순간 백이 단수에 몰리므로 흑 3을 흑 △ 자리에 둬서 백을 되따내고

그 다음 백 4를 백 △ 자리에 두면,


jangsaeng_first.png

처음 그 모양이 다시 나왔습니다.

이 모양이 무한히 반복되어 판이 무승부로 끝나는 것을 장생이라고 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korean_jangsaeng.png  

이게 바로 실제로 출현한 문제의 그 장생 모양입니다.

2013년 6월 29일 열린 2013 KB 국민 바둑리그 전반기 5라운드에서

흑 안성준 4단(정관장)과 백 최철한 9단(SK에너지)의 대국 중 장생이 나왔습니다.

좌상귀를 중심으로 싸움이 벌어지다가 공배가 채워져 뒷맛이 나쁜 가운데

최철한 9단이 수를 내러 간 상황. 좌상귀에서 양쪽이 사활을 걸고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안성준 4단은 좌상귀의 흑 대마(△)가 오궁도화로 죽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충수를 결행했고

이것이 결국 장생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한 강훈 심판관이 무승부를 선언해 대국이 무승부로 종료되었습니다.

바둑에서 같은 모양이 반복되어 무승부가 되는 경우는

장생 말고도 패가 세 군데 이상 나서 무한 반복수가 나는 '삼패빅'이 있습니다.

삼패빅이 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장생은 그것보다 훨씬 희귀한 경우입니다.

그 전까지 실제 프로 공식 기전에 기록된 장생 무승부는 단 두 차례 뿐으로

이번에 나온 장생은 프로 공식 기전에 나온 세 번째 장생입니다.

또한, 바둑TV로 이 대국을 해설하던 조훈현 9단도 장생 무승부가 펼쳐지자

"프로생활 50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장생은 '불로장생'(不老長生)에서 유래한 용어로,

'반상의 우담바라'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희귀하고 길조로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살아 있는 기성'이라 불리는 우칭위안 9단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장생은 백만 판을 둔다고 해도 한 번 생길까 말까다. 만약 나타난다면 경사스러운 일이므로

팥밥을 지어 축하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 대국을 지켜본 바둑리그 해설진들과 양 팀 선수단은

"이번 장생의 출현으로 한국 바둑이 더욱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고

바둑계에서도 "하락세인 한국 바둑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국 프로기전 최초의 장생이 나온 기보를 감상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스폰서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