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포스팅을 하는 김에,

바둑에서 나온 진기한 기록을 한 번 포스팅해보고자 합니다.


false_eye_alive.png


실제 바둑 대국에서 옥집삶이라는 진기한 형태로 돌이 살아난 기록이 있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서 옥집이 무엇인지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capston_1.png capston_2.png

원래 바둑의 기본 룰 중에 이렇게 상대의 돌을 꽉 에워싸면 그 돌이 자신에게 잡히는 룰이 있습니다.

참고로, 돌이 잡히기 직전의 상태(정확히 말하면, 한 수만 더 두면 잡히는 상태)를 "단수"(單手)라고 부릅니다.


igo_no_suicide.png

자살수는 금지이기 때문에 위 그림에서 백은 X로 표시된 곳에 둘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O로 표시된 곳은 둘 수 있습니다. △표시된 흑을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바로 잡을 수 있는 형태라고 해서 무조건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패'라는 규칙이 있기 때문인데요.

패에 대해서는 편의상 여기서 언급을 생략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집을 지을 수 있어야만 살아나는 것입니다.


igo_2houses.png

이 그림이 바로 그 예입니다. 흑은 양쪽으로 두 집을 지어서 완전히 살아 있습니다.

백은 저 두 구멍 중 어디에도 둘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모양은 어떨까요?

false_eye_1.png

언뜻 보기에는 여기서도 흑이 두 집을 내고 살아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false_eye_2.png

백이 이렇게 두니까 흑 3점(△)이 단수에 걸려 버렸습니다.

이렇게 두 흑돌이 잘록하게 끊어져서 꼼짝없이 죽게 되었네요.

이렇게 필요한 연결점이 끊어져 제구실을 못 하는 집을 "옥집"이라 부릅니다.

집을 계산할 때도 옥집은 제외됩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어떨까요?

false_eye_3.png

이 그림에서도 두 흑돌 무더기가 백에게 끊어져 옥집을 남기고 있지만,

백은 이 흑을 단수로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옥집으로 갈려 있어도 그 옥집이 집을 형성하여 살아 있습니다.

이를 "옥집삶"이라고 부르며, 집을 계산할 때도 옥집까지 함께 계산합니다.

물론 이 경우는 양쪽의 집 하나가 옥집을 보호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고 옥집끼리만 모여서 집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포스트의 맨 위에 있는 그림에서 중앙의 흑돌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자, 이제 그 문제의 옥집삶 기록을 보겠습니다.


false_eye_alive_archive.png


이 그림에서 △표시된 돌들이 전부 옥집삶이 된 백 대마입니다.

실제 집(O)은 단 한 집 뿐이지만, 옥집(X) 셋 덕분에 당당히 살아났습니다.

실제로 이 대국은 1967년 제5기 청소년배 쟁패전 결승 제2국(흑: 윤기현 6단, 백: 강철민 3단)입니다.

백 대마가 미생이라 흑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좌상귀 부근에 옥집 셋이 서로 집을 형성하여 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강철민 3단(백)의 7집반승으로, 최종 결과 강 3단의 우승(세트스코어 2:0)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는 한국 공식 기전 사상 초유의 대마 옥집삶 기록이라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역시 바둑은 이런 재미가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시 우리나라 공식 대국에서 사상 초유의 옥집삶이 일어난 기보를 감상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스폰서 링크